본문 바로가기
난소기형종 후기 전체보기

4편 서울대 본원 난소기형종 수술 후기 :서울대 산부인과 간호간병통합병동 입원 후기

by 평일 2021. 9. 19.

서울대 산부인과 간호간병통합병동(56병동) 입원부터 퇴원까지

입원일 : 신체사항 체크 및 질의응답식 설문조사, 병실 및 수술 전,·후 주의사항 안내
 

내가 지망하지 않던 간호간병통합병동으로 배정되어 당혹스러웠지만, 어찌되었든 내 병실 담당 간호사의 안내를 받으면서 내 병동 생활이 시작되었다. 병동의 이름처럼 담당 간호사가 교대를 하면서 4인 또는 2인의 병실의 환자들을 책임지면서, 담당 병실 환자들을 케어해주는 곳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간병인처럼 환자의 거동에 밀착하여 간병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약을 챙겨주거나, 수술 직후 요청 시 침대 자세 변경, 오줌량을 체크하는 등 수술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들만 케어하는 곳이었다. 수술 후 하루가 지나기 시작하면 몸이 많이 불편하지 않는 이상 환자 스스로 힘으로 움직이도록 권한다. 수술 후에는 의사도 걷기 운동을 많이 하라고 하는데, 그래서 인지 혼자서 움직이도록 독려하는 분위기의 병동이었다.
 
나는 침대를 배정 받기 전에 혈압, 키, 몸무게 등 기본 신체사항을 확인하고, 몇 가지 수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건강상태 등에 관하여 질의응답식 설문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병동 안내 설명을 본격적으로 듣기 전에 짐을 풀도록 침대 위치를 확인시켜 주셨다.
 
짐을 간단히 풀고 있던 중에, 간호사에게서 산부인과에서 초음파검사를 하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며 급히 산부인과로 내려가 검사를 하고 다시 올라오라며 말하셨다. 원래 입원 수속 전 외래를 볼 때 초음파까지 끝내고 가라고 말씀하신 것을, 정신이 없어서 바로 입원수속실로 내려갔던 것이었다. 다른 분들은 외래를 마치고, 꼭 초음파검사를 하고 입원 수속을 하길 바란다. 참고로 입원 후 초음파검사를 하면 퇴원시 진료비에 합산 청구되어 따로 결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

 

다시 병동으로 올라가서 입원 주의점과 수술 시 준비사항, 수술 후 주의사항 설명을 다시 이어서 듣게 되었다. 종이 안내문을 따로 주셔서 침대로 돌아가 심심할 때 읽어볼 수 있었다.

 

 

수술 안내가 끝나자배정된 침대로 돌아가기 전 마취에 부작용이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며 팔뚝에 주사를 놓고부작용테스트를 하였다처음 팔에 주사를 놓자 마자 볼록 튀어나온 것이 느껴져 혹시 부작용이 있는게 아닌가 걱정했는데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보시겠다고 하셨다. 10분쯤이 되니 서서히 자국이 가라앉기 시작하자괜찮은 것이라고 말씀하였다.

 

 

 

 

 

 

 

본격적인 수술 준비

17:00~20:00

침대로 가서 짐을 풀고 있으니 약을 챙겨주시면서, 장운동 약이니 식사하기 전에 복용하라고 하셨다.

 

 

5시 반 쯤 되자 병동 첫 식사이자 수술 전 마지막 식사가 나왔다병동 식사는 대부분 환자에 적합하도록 간이 전체적으로 심심한 맛이었다. 8시 반 이후부터는 금식이고 물도 마셔서는 안된다는 말에입맛은 없었어도 다 비워내었다.

 

 

 

첫 식사 때 환자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안내문이 나오니 앞으로의 식사를 위해서 적절히 활용해도 좋을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친 후 시간이 지나자, 링겔을 위한 정맥주사를 놓으러 간호사가 침대로 왔다. 링겔을 달고 다니면 관장시간에 화장실 갈 때 불편할 것 같아서 관장부터 하고 난 후 링겔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는 정맥주사를 놓을 때 간호사가 혈관을 찾지 못해 2~3번 시도하다 포기하시고, 다른 간호사로 호출하여 제대로 된 링겔을 연결할 수 있었다..ㅠㅠ 여러번 실패하자, 주사바늘이 고통스러워 속에서 잠깐 화가 난 상태였다.

 

 

 

20:00~22:00

마지막 식사이후 병원에 있고, 혼자 입원을 하게 되니 입맛이 떨어져 식사이후에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8시쯤 되자 금식 시작하신 거냐고 간호사가 물었다. 마지막 물 한 모금 마시겠다고 하면서, 금식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알약과 함께 마크롤 한병 250ml을 마시라고 주셨다. 드디어 관장을 시작하나 보다 생각하니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마크롤 용액은 인터넷에 찾아보니 CT, 내시경 등을 하기 전 속을 비워내기 위해 마시는 약 같았다. 톡 쏘는 맛으로, 약간 카페인 음료인 몬스터 오리지널 맛과 비슷하여 음료수 마신다고 생각하니 괜찮게 넘어갔다.

 

 

가끔 일주일간 변을 못 볼 정도로 변비가 심하던 나는, 관장약을 마신 후, 링겔 거치대를 끌고 병동 내 주변을 몇 바퀴 돌면서 장 운동을 시켜주었다.

 

 

 

병동 복도에는 환자들을 위해 운동코스를 표시하고, 가벼운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었다. 1시간 가량을 복도에서 돌았지만 좀처럼 배변 소식이 들리지 않아서 제대로 관장을 못할 까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병실로 돌아가자 간호사가 배변을 보았냐 확인하셨다. 아직 한번도 못 봤다며 걱정하니, 저녁에 또 항문 관장도 하게 되니 그때 되면 나오게 될 것이니 걱정마라 하셨다.

 

 

 

 

22:00~ 다음날 오전


수술 전날에는 환자복을 입는 동시에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가 되어서 숙연해지니, 움직임이 적어진다. 때문에 평소에도 변비가 있던 나는 2시간이 지나도 배변 소식이 없자 혹시 관장을 못해 수술이 미뤄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그때 간호사가 빠삐코 쭈쭈바 형태와 비슷한 기다란 투명 실리콘 재질의 어떤 것을 들고 갑자기 나타나셨다.
 
“관장할 시간입니다!!!”
 
-_-!!!!!!!!!!!!
 
나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면서도 잠시 당황하였다.
간호사는 아랫 환자 복을 탈의하고 속옷까지 내린 후, 옆으로 새우처럼 구부린 자세로 침대에 누우라고 하였다.
 
지금 그 기다란 것을 항문에 집어 넣겠다는 소리로 들려 겁이 덜컥났다.
 
두려운 마음으로 새우 자세를 하고 나니 , 액체 형태의 관장약이 항문으로 밀어넣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플 것 같아 걱정을 하였는데 실리콘의 부드러운 재질이라서 거의 불편한 느낌은 없었고, 차가운 액체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ㅜㅜ
 
간호사는 되도록 30분 동안 참고, 화장실에서 변을 보라 하였다.
 
그러나 그 말이 끝나자 마자 아래에서 무엇인가 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안절부절하였다 . 간호사는 약이 녹으려면 10분은 참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3분도 못 참고 바로 화장실로 직행했다. ㅠㅠ
 
약이 뱃속에서 다 녹아야 하는데, 참지 못하고 약을 모두 쏟아 낸 것 같아서 내내 찜찜하였다. 나는 걱정이 되어 보통 다른 분들은 몇 분 참느냐 했더니, 대부분 5분 참는 것도 힘들어 하신다 하셨다. 간호사는 3~4번 변을 보고 물변이 나오기 시작해야 깨끗이 비워 낸 것이라고 하였다.
 
잠을 자는 시간까지도 배변 소식이 없어 걱정을 하다 설잠을 잤다. 그러다 새벽에 잠이 들기 시작할 쯤 배가 부글거리며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날 새벽에 2번 화장실을 가고, 다음날 오전 2번 ,수술예정시간 1~2시간 전까지도 1번 변을 보게 되었다.. 물변이 나오기 시작해야 관장이 되었다기보다, 변이 녹아서 물변이 나오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화장실을 자주 가다 보면 이정도는 되었다 하는 느낌이 올 때가 있다.
처음에는 변이 나오지 않음을 걱정하다가 나중에는 수술 전에도 변이 나오면 어쩌지 걱정하게 되니 관장에 대하여 너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수술 당일 : 수술 전은 당사자가, 수술 날은  가족이 더 걱정한다.

수술일이 되자 오전 9시쯤, 첫 수술을 들어 가시기 전에 교수님께서 환자들을 보러 병실을 돌고 계시는지 내 침대로도 찾아오셨다.
 
나는 수술이 3번째로 예정되었고, 정상 스케쥴 대로라면 오후 2시쯤 수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날에 간호사에게 안내를 받아 인지하고 있던 중이였다.
 
교수님께서는 앞에 두 명의 환자가 암 수술이기에 지체될 수 있어 금식을 오래 할 수도 있을 것을 걱정하시며 양해를 구하셨다. 그리고 나는 아직 출산하지 않은 신혼이기 때문에 난소를 살리는 쪽으로 수술하시겠다며 말씀하시곤 자리를 급히 떠나셨다.
 
오후 12시쯤이 되자, 간호사가 침대로 찾아왔다. 수술이 일찍 끝나서 수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줄 알고 긴장하고 있었는데, 첫 번째 수술환자가 타과 수술과 병행하다 보니 아직 수술 방에 있다며 평소보다 시간이 늦어질 것이라며 전달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수술 전날, 옆 환자가 오후부터 대기 상태에 있다가 저녁 7시가 되어서 수술방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도 그 정도 시간쯤 들어갈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던 참이었다.
 
수술 지연 소식을 듣자, 오전부터 내 수술 예정시간이 오후 2시인줄 알고, 일찍부터 병원에 찾아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편과 엄마가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오전 12시임에도 첫 수술 환자가 수술방에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언제 내 수술이 시작될지 기약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수술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가겠다고 오신 것인데, 분명 언제 수술실로 들어갈지를 모르니 식사도 거르고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가족에게 첫 환자가 수술방에서 나오지 않은 상황을 알리며, 수술이 지연되어 언제 내 수술을 시작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 버렸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고 전달하기 위해 병실 밖을 나서기로 하였다.
 
그러자 병동 밖을 나서자 마자 코너에서 목을 빼고 병동을 쳐다보며 기다리고 있는 남편이 눈에 들어왔다.ㅜㅜ 내가 언제 수술방에 들어갈지 모르니, 병원에 온 시간부터 지금까지 목을 빼고 병동쪽만 쳐다보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ㅠㅠ

(이 광경이 너무 안타깝고,감동적이라  기록하고자  몰래 사진을 남김)

 

 

코로나 이후에는 수술 직전에만 보호자 등록된 엄마만 잠깐 병실까지 가서 면회할 기회를 준다고 한다. 그래서 보호자 등록을 못한 남편은 병동밖에서 이렇게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의 얼굴을 보니 아침부터 지금까지 식사를 거르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홀쭉해져 있었다.
 
나는 오후 4시쯤이 되어도 수술방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없자. 그때까지도 밥을 안 먹고 대기하고 있을 것만 같아 엄마와 남편에게 아래층에 내려가 밥을 먹고 오라고 하였다. 다행히도 서울대 병원은 지하에 먹을 식당이 즐비하였다.
 
오후 5시쯤 하루 종일 식사를 굶고 기다리고 있던 남편을 밥을 먹이겠다고 엄마가 지하로 남편과 함께 내려간 사이에, 간호사가 수술방에 들어가니 준비하라고 급히 나를 찾았다..
 
 
이렇게 갑자기???!!!
 
나는 가족들이 하루 종일 기다렸는데 나를 보지 못하고 수술실로 들어갈 것을 걱정하여 급히 핸드폰으로 연락하려고 했지만, 그럴 시간 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간호사가 수술 실 들어가기 전에 가글하라고 준 약으로 가글을 한 후, 속옷을 탈의하고 환자복만 입고 후기대로 양 갈래머리를 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자 간호사가 머리를 묶지 않고 있어야 한다 하여, 다시 머리를 풀었다.
 
갑자기 긴장을 했는지 소변이 마려웠다. 급히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하고 되돌아오자 나를 수술방까지 데리고 갈 남자가 이동침대 곁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때문에 역시 가족에게 연락할 시간이 없었다.
 
침대에 눕자 마자, 수술실로 바로 이동하였다. 남편과 부모님이 계속 나를 기다리던 복도를 스쳐 지나갔다. 오전부터 기다리던 남편과 엄마가 끝내 나를 보지 못하고 수술실로 들어가니 서운해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다지 서운하진 않았다. 오히려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수술 전 가족에게 인사까지 했더라면 그것이 마지막 인사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 더 무서웠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인 수술실 상황

이동침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술실이 있는 층수로 내려가 , 수술방과 연결되는 대기실에 도착하였다. 그러자 가운을 입은 여자 간호사가 침대 곁으로 다가와 차트를 보며 인적사항과 함께 내가 받게 될 수술에 대해서 묻고 일치하는지 확인하셨다. 잠시 대기하라는 말과 함께 또 다른 간호사가 다가와 링겔에 안정제 같은 것을 놓아주시는 듯 하였다.. 그렇게 천장을 보며 수술하기만을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자, 내 침대곁으로 4~5명되는 환자들이 대기실에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누워서 흘깃 옆으로 쳐다보니 그 중 내 나이가 가장 어린 것 같았다. 옆에서 다른 환자들에게도 나와 같이 인적사항을 묻는 것이 들려왔다 , 뇌 수술, 암 수술 등 어려운 수술을 하러 오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았다. 내 난소기형종 수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정도에 긴장하는 것도 사치라는 생각에 숙연해졌다. 긴장을 풀기 위해 계속 깊게 심호흡을 하였다. 그리고 안정제가 투여되고 있는 건지 나른함이 느껴졌다.

 

대기실에 시계가 없어서 얼마큼 시간이 흐른 지 모를 때 가운을 입은 또 다른 남자분이 갑자기 내 침대를 이동시키기 시작하였다. 흰 천장의 복도를 따라 정처 없이 이동되자 드디어 수술방에 도착하였다. 그러자 의학드라마에서 보던 풍경이 펼쳐졌다. 긴장되는 와중에도 수술방은 확연하게 최신식이라 느껴지는 기계들로 가득 차 있었고, 위생적인 환경이 갖춰졌음이 한순간에 느껴졌다. 역시 서울대병원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가운을 입은 여러명의 간호사와 의사가 분주히 내 수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동식 침대에서 수술용 침대로 나를 들어올리고, 손가락과 가슴에 심장박동을 체크하는 것을 분주히 부착하셨다. 문득 기도삽관때 앞니의 라미네이트가 깨질까봐 걱정이 되어, 앞니에 라미네이트를 했으니 조심해달라고 당부하였다. 그러자 간호사들과 이를 체크하시는 듯 하더니, 잠시후 산소호흡기를 내 코로 들이밀어 넣으시며 심호흡하라 하셨다. 나는 갑자기 호흡기가 달리자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숨 막히다 말을 하니, 또 다른 의사가 내 코에서 호흡기를 떼어내고 적정거리를 유지해주시며 서서히 호흡하도록 도움을 주셨다. 그러자 몸이 서서히 나른해 지는 듯이 느껴지더니 이후부터 의식이 없다. 아마도 산소호흡기가 아니라 마취제였던 것 같다.

 

 

회복실

수술방이 보이는 꿈을 꾼 것 같았다. 꿈에서 수술을 마친 의사가 수술이 끝났으니 이제 일어나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고 눈을 뜨니 회복실에 있었다. 수술이 잘 끝난 건지 의식이 되지 않을 정도로 고통이 물밀 듯이 밀려오진 않았다. 다만 복부부터 그 아래까지 약간의 불편감만 느껴졌다.
 
내가 의식을 차린 것을 발견한 간호사는 나에게 산소호흡기를 달아주었다. 산소호흡기가 달리자 조금 의식이 있던 나는 심호흡을 열심히 하기 시작하였다. 산소가 몸 안에 돌자 정신이 점점 더 선명해짐이 느껴졌다. 그제서야 주변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대기실에서 나와 같이 기다리던 환자분들이 하나둘씩 수술을 끝내고 또다시 모여들기 시작하는 소리와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내가 정신을 차린 것을 보고 호흡기를 떼어내는 간호사에게 수술이 잘된 거냐고 말을 걸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쭉 가라앉아서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겨우 목소리를 짜 내어 수술이 잘 된거냐고 다시 물어보니 간호사가 병실에 가면 자세히 병동간호사들이 설명해줄꺼라는 말을 하였다.

 

여러 명이 동시에 수술실로 들어가서 회복실에 자리가 부족했던 것인지, 정신을 먼저 차린 나는 구석으로 밀려나 한동안 대기상태로 있었다. 그러자 콜을 받고 찾아온 가운 입은 남자가 내 침대를 병실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병실에서 수술방까지 가는 시간은 참 길게도 느껴졌는데, 돌아오는 것은 그보다 짧은 시간처럼 느껴졌다. 이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 근처의 복도를 지나치고 있는 것인지 머리맡에서 엄마와 남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엄마와 남편은 수술 내내 예상했던 수술시간보다 길어지자 많이 걱정을 하신 것 같았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수술방에 들어가는 모습을 못봐서 안타까워 하시며, 인사하지 못한 것을 미안해 하셨다.. ㅠㅠ 하지만 나는 수술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던 터라 무사히 잘 마치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안도가 되었다. 나는 멀쩡한 정신으로 괜찮다고 나 멀쩡하다고, 걱정말라며 병실로 되돌아왔다.

 

 

 

수술후 통증

병동 병실에 돌아와서야 내가 오줌 줄을 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피통은 차지 않고 있었다. 수술 후 수련의 브리핑때 나는 피가 거의 나오지 않아 수혈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아마 그래서 피통도 차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수술후 통증은 자세를 변경시에만 배꼽쪽에 쓰라림만 느껴질 뿐, 가만히 있을 때는 고통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었다. 내가 너무 아프지 않아서 오히려 이상하여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아마도 무통주사를 회복실부터 맞고 와서 그런 것 같다며 말을 하였다. 그리고 간호사가 통증이 날 때마다 버튼을 누르라고 무통주사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다., 나는 첫날에는 아픔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몇 번 누르지 않았었다.
 
같은 수술을 다른 의사에게 받은 내 옆의 환자는 수술 이후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여, 이를 지켜보면서 수술 전날부터 ‘나도 저렇게 아프겠지’ 하며 많은 걱정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역시나 걱정을 미리해서 그런것인지, 아니면 교수님께서 수술을 잘해주셔서 그런 것인지 가스통과 수술 후 통증은 입원 내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수술 후 회복

수술 직후에 첫 번째 할 일은 수술이 끝나고 6시간동안 잠을 자지 말고, 호흡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수술 직후 회복실에서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산소호흡기를 달아주셨을 때 열심히 심호흡을 하고 와서 그런지, 수술 후 호흡을 하는 것에 큰 불편함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간호사는 계속 호흡 연습을 하라고 하였다.

 

 

그래서 수술 전날에도 잠을 많이 못 잤지만, 병동에서 받은 장난감같이 생긴 3단 호흡기로 호흡 연습을 해주며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였다. 사용방법은 바람을 부는 것이 아닌, 흡입하여 3개의 공을 올리는 것이었다. 난 수술 전에도 3개까지는 힘들고, 2개까지는 올릴 수 있었는데, 수술 후에도 2개가 올라갔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면서도 혹시나 간호사가 와서 내 수술에 대해서 설명해주지 않을까 하여 주위를 살피며 간호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수술 당일 수술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다른 의사에게 수술을 받은 옆 환자는 수술이 끝나자 마자, 의사와 간호사가 와서 수술 상황에 대해서 설명 하는 것을 들었는데 나는 누구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상 길게 말해주지 않아서 답답함을 느꼈다.
 
마침 수술 전날 병동 게시판에서 교수님 회진이 오전 9시쯤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서 꼭 교수님께 수술 설명을 들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6시간이 되어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러나 수술 직후에는 새벽에 간호사들이 침대에 와서 소변 통을 갈거나, 혈압을 체크하니 중간 중간 잠에서 깨서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수술 1일차: 교수님 회진, 소변줄 ㆍ링거 제거 

교수님 회진 시간을 놓칠까봐 걱정을 해서 인지 새벽에 잠들었는데도, 오전 7시쯤 눈이 저절로 떠졌다. 잠을 푹 잔 것도 아닌데 링겔을 맞아서 그런지 별로 피곤하진 않았다. 그리고 목이 칼칼함이 느껴졌다. 수술 후 추위를 느끼는 환자를 위해 창문 쪽 히터를 밤새도록 빵빵하게 틀어주셔서인지 목이 많이 건조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기상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운 입은 남자분이 내 이름을 부르며 침대로 불쑥 찾아오셨다. 비몽사몽으로 주사 바늘을 맞아야 했다. 수술 후 조직 검사에 참고하기 위해 혈액을 채취해가는 듯 보였다.
갑자기 정신이 번뜩 들었다.. 그때서야 지금의 내 상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무통주사를 차고 있었고, 못 보던 주사 바늘이 몇 군데 더 생겨 있었다. 밤새도록 화장실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소변 줄을 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잠에서 깨어난 것을 확인한 간호사는 몸이 괜찮냐고 물어보시곤, 아침으로 미음식을 챙겨주셨다.


식사를 마친 후, 정신이 멍한 상태로 그렇게 교수님의 회진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중요한 몇 마디로 짧고 강하게 끝나는 교수님의 상담 스타일을 알고 있던 지라, 1시간 동안 핸드폰 동영상촬영을 켜둔 채로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애를 썼다. 그리고 예정되던 회진시간보다 좀 더 일찍 교수님께서 침대로 내 이름을 부르며 나타나셨다.

 

 

“수술은 잘 됐어요.
그리고 난소 양쪽은 다 남겨놨고..
누워있지 말고 자꾸 움직여야돼요.
괜찮으면 내일 퇴원하세요.”

 

 

정말 순식간에 교수님 스타일대로 말씀하시고, 바쁜 걸음으로 퇴장하셨다.ㅜㅜ 예상대로 정신이 멍한 상태로 순식간에 회진이 지나가서, 일찍 일어나 만만의 준비를 했던 것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긴 설명은 없었어도, 왠지 모르게 교수님의 수술 잘되었다는 한마디면 충분했고, 안심이 되었다.
 
교수님 회진을 본 후 9시 조금 넘어서 간호사가 소변줄을 빼주셨다. 잠깐 따끔한 느낌으로 무언가 쑤욱 딸려 나가듯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소변줄을 빼고 나서는, 12시전까지 오줌이 잘 나오는지,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하라고 말씀하셨다.
 
자유의 몸이 되니 병실도 무료하기도 하고, 많이 걸으라는 교수님말이 생각나서 시간이 날때마다 쉬엄쉬엄 병동 밖 주변을 천천히 걸어다녔다. 수술 당일에는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어서 느끼지 않았던 통증이 간간히 찾아왔다. 봉합한 수술 부위가 있어서 인지 배가 당겨서 허리를 제대로 펴고 걷기가 힘이 들었다. 어정쩡한 걸음으로 어기적 걸어다니니까 간호사가 배가 아프더라도 허리를 펴고 걸어야, 오히려 배 당김이 익숙해져서 괜찮아질 것이라는 팁을 주셨다. 신기하게 점점 허리를 펴고 걸으니, 처음에만 쓰라리지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이 줄어들고 걸음도 자연스러워 지는 듯 하였다.
 
저녁 8시쯤 되자 간호사가 링거를 제거해주신다고 하였다. 하지만 나는 무통주사를 사용할 일이 더 생길 것 같아 내일 퇴원 전에 제거하고 싶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저녁 9시쯤되자 그동안 멀쩡했던 팔에 꽂힌 링거바늘에서 피가 역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ㅠ. 이유를 묻자 링거바늘도 장시간 사용을 하면 혈관에 꽂혀 있는 주사 바늘 관속에 피가 굳어서 제대로 수액이 흘러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피가 역류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아마도 간호사가 먼저 링거를 제거해주신다는 것도 이 이유 때문이었던 듯 싶었다.

 


수술 2일차: 퇴원 복약 수령, 11시 퇴원 

병동에서의 마지막 아침식사를 한 후, 11시까지 퇴원을 마쳐야 한다고 하여 퇴원준비를 하였다. 간호사에게 입원비가 총 얼마 나오냐고 물어보니 계산 전 대략적인 금액을 확인해주시며, 퇴원 후 복용할 약과 복약설명문, 퇴원 후 주의사항에 대한 종이 안내문을 챙겨주셨다.
그리고 출입증으로 사용했던 팔찌는 퇴실하며 제거해야한다 하시며, 직접 제거해주셨다.

 

 

2층 입·퇴원수속실로 내려가 가족이 오기도 전에 먼저 퇴원 수납을 하였다. 영수증을 받아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적게 나와서 깜짝 놀랐다. 내가 동네 여성병원에서 받았던 견적비용보다 수술비와 입원비 합계액이 적거나,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대학병원은 수술이 필요한 사람들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대학병원은 비싸다는 인식과는 다르게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것 같았다. 물론 대학병원마다 금액에 차이가 있겠지만...

 

다만, 나는 MRI를 비급여로 검사하였기 때문에, 비용이 높긴 하였지만 다른 병원에서 찍어서 영상을 제출한다면 아마 금액이 이보다 줄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영상을 찍는 기계에 따라 영상물 화질이 다르다고 하니, 이보다 저렴한 MRI검사라면 화질의 질도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애써 타 병원에서 찍어왔는데도, 판독의 신뢰성때문에 대학병원에서 요구하는 영상 화질이 아니라서 재촬영을 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애초에 첫 검사부터 비용을 들여서 제대로 촬영하는 것이 추가비용을 줄이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대학병원은 왠지 모르게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깊어서 그런지, 안심하고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사람으로서, 대학병원에서 수술한 것이 참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