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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기형종 후기 전체보기

1편 내가 동네 산부인과 복강경 수술 취소하고 대학병원 가게 된 이유

by 평일 2021. 9. 6.

 

내가 동네 여성병원 수술을 취소하고 대학병원에서 수술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동네의 한  ○○○○여성병원 산부인과에서 검진을 위해 초음파 검사를 했다. 나는 왼쪽 난소 쪽에 2cm 이상의 혹과 자궁 쪽에도 근종이 있었는데, 근 1여 년 만에 왼쪽 난소의 혹이 5cm 이상으로 커졌고, 오른쪽 난소에도 2cm 이상의 혹이 생겼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다행히도 자궁근종의 위치는 임신이 방해되지 않는 위치라서 굳이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더욱이 자궁근종 같은 경우 수술을 하면 회복 중 유착이 잘 되는 부위라는 말도 듣게 되었다.

 

난소 쪽의 혹은 보통 물혹일 경우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초음파 사진상 형태를 볼 때 기형종으로 의심된다고 하셨다. 기형종은 머리카락, 이빨, 지방 등으로 물질이 구성되어 있어서 저절로 사라지지 않고, 5cm 이상이 되면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난소의 혹이 자라면 난소가 쉽게 꼬이게 되고, 이때 혈액공급이 안 되어 난소가 괴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꼬임이 없더라도 난소 기능이 떨어져서 난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마침 설 연휴 전주에 수술 자리가 비고, 자신은 설 연휴 때 휴가라서 부재중이니, 수술할 예정이라면 공석이 있는 그 주에 수술하는 것을 추천하셨다. 그러면 병실 퇴원 날 본인이 연휴 들어가기 전 마지막 진료를 봐줄 수 있다면서.

어차피 급하게 수술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최대한 빨리 수술을 끝내는 것이 내게도 이로울 것 같은 생각에 의견에 동의하였다. 때문에 계획에도 없던 수술이 빠르게 결정되었다.

 

수술은 복강경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자궁근종은 임신에 방해되지 않는 위치라서 굳이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어차피 난소기형종 제거를 위해서 수술을 해야 하니 자궁근종도 함께 제거할 것이라 하셨다. 말씀해주셔서 알게 된 수술 후 부작용 자궁 유착에 대해 걱정하니 유착방지제를 수술 부위에 바를 것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문득 정보를 검색하던 중에 제거방식에서 분쇄방식의 위험성에 대해 본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 병원의 조직 제거방식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방식은 분쇄하여 흡입할 것이라고 답변하셨다.

 

나는 인터넷 검색에서 분쇄하여 흡입하는 시술은 대부분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이 혹이 암일 경우 분쇄하면서 사방으로 미세하게 퍼진 파편 조직에 의해서 주변에 암이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주장을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수술의 원인이었던 조직이 암이었을 경우 분쇄방식은 위험한 방법으로 알고 있다, 혹여나 내가 암일 수도 있는데 이 방식이 정말 괜찮은 건지 다시 여쭙게 되었다. 의사는 내 경우 기형종 모양을 보인다고 반복하였고, 기형종일 확률이 높다고 강조하셨다.

 

그래서 내가 암이 정확하게 아니라는 거냐고 물으니, 정확한 진단은 수술에서 조직을 채취해야지만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환자가 잘 생각해보고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불확실한 것이 불안해서 확실해지고 싶은 마음에 질문을 던지면,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되돌아왔다. 병이라는 것은 수술하기 전까지는 확실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더욱이 의사의 진단은 초음파 진단이었기 때문에, 혹여나 암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가장 안전한 방식의 수술을 받고 싶었다.

 

게다가 복강경 수술은 2박 3일 만에 퇴원할 정도로 간단한 수술이라고 하여 당연히 국소 마취거나 수면 마취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그러나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고 한다. 복강경이라서 절개 범위가 작을 뿐이지 배를 가르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전신마취에 대해서도 걱정을 하니, 병원 내에 마취과가 따로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나중에 병원 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의료진 소개를 확인해보니 마취과 의사 선생님이 한 분이 보였다. 병원 내에 의료진이 한 분만 계시는 것이 그다지 마음에 놓이지 않았다.

 

상담 끝에서는 수술 날짜로부터 2주 전까지는 수술을 확실히 결정해 주길 당부하셨다. 수술 날짜 2주 전 이후에 최소 해버리면 그 2주 내에 수술 환자를 못 받을 수도 있어서 자신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이었다. 물론 환자들이 여의사를 더 선호해서 그런지 대기 줄이 항상 길었고, 그중에서도 본 의사에게 수술받고 싶어 하는 환자가 많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된다.

 

그러나 ‘자신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식의 직접적인 이유 설명은 나에게 이 병원의 신뢰도를 무너트리는 언어 선택이었던 것 같다. 환자의 수술 일정이 수술의 긴급함 정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수술 매상 채우기에 바쁘다는 인상을 준 것이다.

 

물론 그럴 만한 어떤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이 병원의 시스템은 잘 모르지만, 이 병원에 계신 여러 명의 원장님들이, 직함만 원장일 뿐인 페이 원장이라면 병원장의 경영방침을 따라야만 하는 상황일 테니 말이다. 원장이더라도 직원이라면 충분히 그 의사의 처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의사로서의 직업윤리의식으로 보자면 병원에 대해서 그다지 좋은 인상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더욱이 의사선생님이 수술방법에 대해서 설명하실 때도 의아한 구석이 있었다. 복강경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절개한 부위가 작아서 절제한 부위를 조각내어서 꺼내야 한다고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처음에 수술 시간을 물을 때는 수술 자체는 난이도가 쉽지만, 절제한 부위를 조각내서 꺼내는 이 단순 작업을 계속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 시간이 대략 5시간 정도 걸린다고 말씀하셨다.

 

생각보다 긴 수술 시간에 내가 깜짝 놀라 하니, 처음에는 이 수술료가 20만원정도인데, 대신에 이 병원에는 분쇄하면서 바로 흡입하는 최첨단 시저(자세한 명칭은 모르겠다)가 있어서 작업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 장비를 사용하려면 약 50만 원 이상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고, 환자가 장비 사용에 대한 동의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당시 1월이었고, 9개월이 지난  시점에 작성된 글이라 금액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난 이 부분에서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보통 병원들이 타 병원과 차별화를 두어 손님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서 최첨단 설비가 있음을 홍보하는데, 오히려 이 병원은 추가비용 지불 여부에 따라서 환자들 간의 시술 방식에 차별화를 두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상황이 의아해서 되묻게 되었다.

 

“장비를 사용하려면 비용을 더 추가해야 한다고요??????

그럼 그 장비를 사용하면 저에게 어떤 이점이 있죠?”

 

내 질문의 의도는 수술 중 의식이 없는 환자는 수술이 안전하게 잘 되기만 하면 되었지 최첨단 장비를 쓰던지, 말던지 확인도 못하고 알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다지 환자에게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질문이었다.

 

게다가 분쇄술에 대한 안정성에 대한 이슈가 있는 데도 분쇄 흡입술이 성행하고 있는 이유는, 의사가 직접 수술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만 보아서도 이해 가능할 것만 같았다. 그 분쇄하여 흡입하는 장비를 사용하는 이유는 환자에게 주는 불안정성을 보자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맞는 것인데, 작업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큰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작업 편의를 위해서 사용하는 것에 더 가깝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환자에게는 시간 단축보다 자신의 안전이 더 중요한 법이다. 그런데 환자 보고 장비사용료까지 추가하라니... 내가 보기엔 무언가 공정하지 못한 모양새처럼 보였다.

 

그러나 의사는 또 다른 이유를 들기보다는 수술 시간이 단축되는 거라며 강조하였다.

 

“ 그러면 추가 비용 결제안함을 선택하면 기본료만 내고도 수술을 할 수는 있는 건가요??”

 

의사는 볼멘소리로 그럼 자기들이 어쩔 수 없이 더 수고를 해야 하지 않겠냐며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하였다.

 

짜증 섞인 대답을 들으니 꼭 장비를 사용 안 하면 수술을 대충해 줄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때문에 내 수술이 잘 끝나려면 비용을 추가 지불해서라도 의사 신경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덜 수고스럽도록 편한 방식을 선택해 주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장시간 마취의 위험성 때문이라도 수술 시간을 가능한 최소로 단축시키는 것이 의사들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나는 장비 사용의 장점에 대한 답변에 수술 시간이 단축되어 마취시간이 더 짧아지니 환자가 덜 위험하다는 답변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비슷한 이유를 들으셨다면 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보다는 한결 받아들이기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분쇄흡입술의 위험성 설명도 없이, 그저 수술 시간이 짧아진다는 설명 하나만으로 장비 사용 여부를 환자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 것은 아직도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또 꼬리를 물어 의문이 들게 된다. 이 병원은 추가 비용을 대놓고 청구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총 수술 비용에 합산해서 손님에게 자연스럽게 청구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런 방법을 선택했을까??

 

시간이 흐른 뒤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었지만, 의사가 마취시간이 짧아짐을 강조하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난소 기형종의 복강경 수술은 마취시간의 위험 확률보다 분쇄 흡입술에 대한 위험 확률이 더 컸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곳 말고 다른 대학병원에서 수술하게 되었는데, 그때 수련의도 내가 마취에서 깨지 못할까 봐 걱정하자, 자신이 이 병원에서 5~6년 있었지만 한 번도 마취를 못 깨는 사례는 본 적이 없었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아마도 이 병원은 나중에 환자의 조직 검사 결과가 안 좋게 나왔을 때를 대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최악의 상황일때는 암 전이의 위험성이 있는 분쇄 흡입술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충분히 환자가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도록  환자에게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스스로 추가 비용을 더 지불하고 분쇄 기계를 사용하는 시술 방식에 동의하였다는 것을 주장할 수 있는 환자의 서면 동의서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부인과 질환 관련 유명까페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우로 과실 여부를 따져 묻는 게시글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음파와 혈액검사로 단순 기형종일 확률이 높다 하여 의사 추천으로 복강경 수술을 진행했지만, 조직 검사로는 난소암 판명이 난 것이었다. 이로 인해서 의사의 진단 미스로 인해 암 전이 가능성이 있는 복강경 분쇄 흡입술을 하게 된 것에 대해 과실 여부를 따져 묻고 있었다. 확률은 낮지만 언제든 가능한 이야기이다.

 

당시에 나는 대부분 병원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하여 수술 방식을 받아들여야만 했고, 이에 대한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감당해야 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내가 겁쟁이고 용기가 없어서라고 생각했다.

수술이 일주일로 다가오자, 부모님께서도 불안함을 느끼셨는지 민간병원이 아닌 더 큰 병원에서 수술하는 것이 어떠냐고 종용하셨다.  난 그때까지만 해도 이 병원에서 수술할 마음이었기 때문에 첫 진료부터 수술 전 검사까지 한 상태였고, 약 50만원의 비용이 이미 발생하던 상황이었다.

 

그러자 부모님께서는 내가 이 곳에서 수술을 하는 것이 불안하셨는지, 여러 진료과가 있는 대학병원에서 수술하는 것이 더 안전하니,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해라. 만약 안 하면 수술 전 법적 보호자 동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셨다. 부모님까지 가세하자, 그러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이유는 수술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한 무언가 확신이 필요해서라고 생각한다. 수술은 누구에게나 작든 크든 간에 두려운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꼭 이겨낼 필요는 없다. 용기를 애써서 내는 것보다 좀 더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 수술이 두려운 이유는 안심할 수 없어서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안심하기 위해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대학병원과 가장 좋은 의사를 찾아서 수술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이 병원 수술 일주일 전 급하게 수술을 취소하였다..

 

지금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최고의 병원의 최고의 의사를 찾아서 수술을 마친지 2개월이 넘은 상태이다. 신기하게도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결정하고 난 후,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아마도 의사에 대한 높은 신뢰가 수술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떨쳐 보낸 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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